I. 사실관계 1. 사건의 경과 가. 대한예수교장로회 A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합동) 산하 B노회 소속 지교회이고, 채권자들은 이 사건 A교회의 교인들이며(채권자 C는 장로이다), 채무자 D는 이 사건 A교회의 장로이다. 나. E는 이 사건 A교회의 위임목사로서 담임목사이자 당회장의 직무를 수행하여 왔는데, 2021. 8. 24.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카합20670 직무집행정지가처분결정에 따라 그 직무집행이 정지되었다. 다. 채무자 D 등 이 사건 A교회의 장로 4인은 2021. 10. 23. 이 사건 교회의 임시당회를 개최하여 '2021. 10. 31.'에 이 사건 A교회의 임시공동의회를 개최하기로 결의하였고, 'A교회 당회장직무대리 당회서기 F 장로'명의로 '당회장(대표자)의 유고상황에 따른 임시대표자 선임의 건' 등을 안건으로 하는 이 사건 임시공동의회의 소집을 공고하였다. 라. 이 사건 A교회는 2021. 10. 31. 이 사건 임시공동의회를 개최하고, 당회장의 청빙시까지 채무자 D를 대표자(당회장)로 선임하는 내용의 결의를 하였다. 2. 재판부의 판단 가.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채무자 D는, 채권자 C는 이 사건 A교회의 당회원이나 교인이 아니고 채권자 G도 이 사건 교회의 교인이 아니므로, 위 채권자들의 신청은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임시공동의회의 개최 공고문이나 채무자 D가 2021. 11. 3.에 소집한 임시공동의회의 개최 공고문에 기재된 공동의회 회원 명단에 채권자 C, G가 모두 포함되어 있는 사실이 소명되는 등 현 단계에서는 위 채권자 C, G들 또한 이 사건 A교회의 교인으로 보인다. 따라서 채무자 D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본안에 관한 판단
이 사건 A교회의 정관 제26조는 “담임목사(당회장)는 교회를 대표하며, 목회와 치리(행정과 권징)권이 있다.”, 제28조는 “당회장은 총회 헌법에 따라 노회가 파송한다.”라고 정하고 있고, 헌법 IV. 정치 제4장 제4조 제1호는 위임목사에 관하여 “한 지교회나 1구역의 청빙으로 노회의 위임을 받은 목사니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그 담임한 교회를 만 70세까지 시무한다.” 제9장 제3조는 “당회장은 교회의 대표자로 그 지교회 담임목사가 될 것이나 특별한 경우에는 당회의 결의로 본 교회 목사가 그 노회에 속한 목사1인을 청하여 대리 회장이 되게 할 수 있으며 본 교회 목사가 신병이 있거나 출타한때에도 그러하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이 사건 A교회의 정관 및 헌법 규정의 구체적 내용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A교회의 담임목사(당회장)가 이 사건 A교회의 대표자에 해당하고, 담임목사는 목사의 자격이 있는 자 중 노회로부터 파송을 받아 선임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채무자는 이 사건 A교회의 장로에 해당할 뿐, 목사의 자격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A교회의 대표자로 선임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채무자 D를 이 사건 A교회의 대표자로 선임한 이 사건 결의는 효력이 없으며, 나아가 당사자들의 지위, 이 사건 신청의 경위, 이 사건 A교회의 대표자와 관련된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볼 때, 채무자 D에게 직무집행정지를 명할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된다. 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신청은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한다(직무대행자 선임에 관하여는 추후 별도로 결정하기로 한다). 3. 재판부 결정 가. 채무자 D장로는 대한예수교장로회 A교회 대표자로서의 직무를 집행하여서는 아니된다. 나. 소송비용은 채무자가 부담한다. II. 재판부 결정의 의의(意義) 1. 교회와 총회헌법 질서를 바로 세워준 뜻깊은 결정 가. A교회 정관에 의하면, “담임목사(당회장)은 교회를 대표한다”고 명시되었으며, “당회장은 총회 헌법에 따라 노회가 파송한다”는 규정되었다. 총회헌법에도 “당회장은 교회의 대표자로 그 지교회 담임목사가 될 것”이라고 명시되었으며, “특별한 경우에는 당회의 결의로 본 교회 목사가 그 노회에 속한 목사 1인을 청하여 대리 회장이 되게 할 수 있다”고 규정되었다. 그런데 A교회 D장로는 목사의 자격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임시공동의회를 개최하여 “당회장 청빙시까지 자신(D장로)을 A교회의 대표자(당회장)로 선임한다”고 결의했다. 이 결의에 대해 재판부는 “D장로를 A교회 대표자로 선임한 임시공동의회 결의가 A교회 정관과 총회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공동의회효력정지가처분”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판단하면서 A교회 정관과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헌법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번 재판부의 결정은 지교회와 총회의 법질서를 바로 세우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2. 지교회 정관 및 총회헌법 준수의 중요성을 보여준 결정 이번 재판부의 결정은 교회나 총회가 종종 어설픈 법지식이나 일반 상식에 반한 결정으로 법질서를 무너뜨리기 일수인 행태에 비해 정관 및 헌법 규정만큼은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생생한 교훈이다. 곧, 지교회 정관 및 총회헌법 준수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법(法)이란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일종의 사회적 관습이다. 법의 목적은 정의를 실현하는데 있다. 교회의 정관이나 총회헌법 역시 공의를 실현하고, 교회나 총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규범이다. 따라서 교회와 총회는 정관 및 총회헌법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3. 교회분쟁 사건을 객관적으로 판단한 사법 결정의 사례 이번 사건을 결정한 사법의 판단은 총회가 행정이나 재판을 통해서 처리한 사례들과 비교할 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1) 이 사건을 판단해 달라고 총회에 청원했더라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2) 총회에 청원하여 분쟁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불거지곤 하는 정치적 판단은? 3) 교회 분쟁 사건을 판단하는 총회재판국의 판단은? 지금까지 총회는 노회나 교회 분쟁사건을 처리할 때 종종 사법의 결정을 무시한 채 정치적으로 판단해 왔다. 총회 재판국 역시 정치적인 판단을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사법부가 정관과 헌법을 판단 기준으로 삼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린 사례여서 총회 행정과 재판의 문제점을 생각하게 한 결정이었다. III. 결론 어느 교회나 노회든지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분쟁이 일어나면 그 분쟁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그 교회나 목회자 및 노회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최근 사법의 경향은 대체적 분쟁해결제도(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ADR)가 대세다. 이는 기존의 법원을 통한 분쟁해결에서 벗어나 소송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교회 및 노회 분쟁 사건이 벌어져서 소송으로 가면 최종 판결까지 돈과 시간 외에도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쌍방간의 감정 대립이나 그로 인한 상처도 말로 다할 수 없다. 소송으로 가서 결국 분쟁이 해결된다 해도 그 후유증도 크다. 이같은 상황을 인식한 사법부가 분쟁을 해결하는 중재 조정 화해 등의 방법으로 제3자(전문가)의 관여를 통하여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가 ADR이다. 이런 제도를 우리 총회도 시급하게 도입해야 한다. 그런데 이미 시행하고 있는 화해중재위원회의 문제점은 총회가 부여하지 않은 권징권까지 행사하는 월권에 있다. 더 나아가 위원 구성에서도 최소한 1인은 법률 전문가를 포함시켜서 전문성과 법률적인 판단에 착오를 없애야 한다. 또한 총회헌법에 능하고, 정치성이 없는 인사를 세우는 것도 과제 중의 하나다. 그런 식의 화해중재위원회가 화해 및 중재를 통해 분쟁 해결을 시도해야 한다. 동시에 총회 산하에서 벌어진 각종 분쟁 사건을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관행도 하루 속히 척결되어야 한다. 더욱이 사법에서 종국판단(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사법 판단에 따라 사건을 종결시킨 후 신속하에 행정 처리를 하는 것이 총회의 법질서를 바로 세우는 길이 될 것이다. 총회의 법질서가 무너지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교회 혹은 해노회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길 바란다. 송삼용 목사/ 하늘양식교회, 광신대 겸임교수, 고려대 법학박사 과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