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법률학자였던 자끄엘룰은 법이란 신을 위한 도구여야 한다고 했다. 엘룰에게 있어서 법이란 신의 질서를 세우는 도구요 수단이었던 셈이다. 물론 엘룰은 신학적으로 마르크스나 칼 바르트의 영향을 받은 진보 성향의 신학자였다.
그런 탓에 개혁신학의 라인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학자다. 하지만 서구에서 그가 끼친 학문적인 영향은 지대하다. 특히 법의 개념과 정의를 실현한 부분에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독보적이다. 보르도 대학에서 37년간 법학을 가르쳤던 법률학자요, 신학자였던 엘룰이 이해한 법의 개념은 신학의 입장에서 법을 이해하고, 법의 입장에서 신학을 세우는 통시적 관점이었다는 점에서 법신학의 단초를 제공해 준다.
그의 저서 중 우리에게 소개된 「법의 신학적 기초」는 법신학의 입문서 역할을 해 준다. 엘룰에게는 신이란 질서의 하나님이요, 동시에 정의의 하나님이었다. 그런 면에서 엘룰이 평생 추구했던 정의관은 정의로운 하나님의 뜻을 받들어 세상에 정의를 실현하고, 하나님의 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이었다. 그가 혼신의 힘을 다해 이루려고 했던 정의의 실현은 프랑스 개혁교회의 전국위원을 맡아 개혁교회를 변혁시키려는 운동을 이끌었던 모습에서 드러난다. 평신도 사역자로서 고향의 작은 교회에서 목회의 일을 수행하면서도 하나님의 정의 실현에 초점을 맞췄다.
교회와 사회에서 정의와 변혁을 위한 맹활약은 스트라스부르 대학교 강사 시절에 정부를 비판한 사건으로 면직될 정도로 눈부시게 빛났다. 대학에서 면직되자 그는 낙향하여 레지스탕스(저항군)에 가담하여 활동하다가 보르도 시청에서 부시장을 역임했다. 그러나 관료주의의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부시장직을 사임한 후 본격적인 정치 활동에 열정을 다했다. 엘룰은 “존재한다는 것은 저항하는 것이다”는 신조를 바탕으로 세상에 순응하는 삶의 태도를 비판했고, 정의 실현을 위해 지속적인 투쟁을 벌였다. 심지어 기독교가 참된 복음의 메시의 와해시킨 것은 국교화(4세기)로 국가와 결탁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기독교가 참된 복음으로 돌아가야할 것을 촉구했다.
더 나아가 기독교가 세계 최대의 대형 교회를 만들고 그것들을 기반으로 사회정의를 철저히 배신하며 돈과 권력에 굴종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만큼 엘룰은 정의에 대한 열망이 뜨거웠다. 엘룰에게는 정의란 실현되어야 할 실체였고, 법은 하나님을 위한 도구 곧 하나님의 질서였다. 그는 평생동안 역사학과 사회학 그리고 신학과 법학을 넘나들면서 정의감을 붙태웠으나 마침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참된 자유를 찾았다. 그는 하나님만이 인간을 참된 자유로 이끌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시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는 해방이야말로 진정한 해방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한때는 기독교의 복음이 왜곡되었다고 주장하는 등 기독교의 근본에 대해서도 가차없는 비판을 가했으나, 결국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참된 자유를 찾은 것이다. 엘룰은 자신이 치열한 삶을 통해서 신학과 법학이 다 하나님을 위한 도구임을 알게 되었고, 그 종착지는 참된 자유임을 발견했다.
하나님으로 시작하여 삶으로 이어지는 신학에 비해 삶의 질서를 세워 하나님의 세계를 추구하는 법학은 하늘과 땅의 차이 만큼이나 큰 간격이 있다. 마치 하늘의 학문과 땅의 학문의 차이만큼 질적 차이도 비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학과 법학이 공히 하나님의 질서를 세우는 도구이며, 그것은 곧 법신학의 지향점이다.
결국 법을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행위는 하나님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며, 하나님께 대한 반역이며,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는 행위다. 그런 면에서 합동총회가 대법원 판결을 5차례나 거부하고, 법원의 가처분 결정들을 수없이 무시하면서 교권을 휘두르는 행위는 하나님의 질서를 무너뜨린 반역 행위라 할 것이다.
송삼용/ 하늘양식교회, 광신대 겸임교수, 고려대 법학박사 과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