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19일 오후 2시 대한예수교장로회 제107회 총회 개회예배를 드렸다. 이날 드려진 개회예배는 “매년 9월 3주차 주일 후 월요일 오후 2시”로 규정된 총회규칙 제7장 제22조에 따라 진행되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는 1901년 시작된 조선예수교장로회 공의회를 모체로 하여 1907년 독노회 결성에 이어 1912년에 설립되어 올해로 110주년을 맞았다. 총회가 3년간의 공백기를 가진 것은 일제 강점기의 아픈 역사 때문이었다. 당시 일제가 총회를 강제로 해산시킨 바람에 제31회 총회(1942) 후 중단되었다가 감격적인 해방을 맞이하여 46년 6월 11일-14일까지 서울승동교회에서 제32회 총회로 모인 슬픈 역사의 공백기로 인해 올해 제107회 총회가 되었다. 지난 2회기 동안 코로나로 인해 모임 장소가 제한되었고, 회무도 대폭 단축된 것에 비하면 제107회 총회는 정상적으로 회집되어 의미를 더했다. 많은 총대들이 이런 순간에 총회의 회집을 정상화시키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십자가의 구속의 은총에 감격하면서 눈물의 성찬식으로 회무를 시작할 줄 알았다. 그런데 개회예배 후 총회장은 성찬식을 생략한다고 공지한 후 곧바로 회무를 시작하였다. 이유는 코로나 확산의 확진의 위험이나 그로 인해 타교단들이 성찬식을 생략한 것을 이유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결정과 관련하여 코로나 확산의 위험을 생각하면 문제될 것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총회의 성찬식을 생략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첫째, 신학과 신앙의 준거(準據) 장로회 총회가 지향하는 신학과 신앙의 준거(準據)는 성경이다. 총회는 성경이 신학과 신학의 유일한 준거(準據)임을 100여년 동안 가르치고 준수해 왔다. 그 이유로 인해 장로회 총회는 신사참배를 강요하는 일제에 항거하면서 믿음의 도리를 이어왔으며, 자유주의 사상이나 WCC 혹은 종교다원주의 사상을 단호히 배격해 왔다. 예장합동은 장로회 총회가 지향하는 개혁신학을 정체성으로 삼고 한국 장로회의 적통성을 계승하고 있다. 그것이 합동의 자긍심이요 자존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사적인 제107회 총회 때 코로나 확산의 위험을 방지하고, 타교단의 사례를 이유로 성찬식을 생략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총회에 참석한 총대들이나 내빈 및 언론인들까지도 모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PCR 검사를 받았다. 그것도 각지역이나 병원마다 50,000원부터 몇천원 등의 경비를 개인적으로 부담하면서 총회의 당부에 응했다. 그런 식으로 참석자들이 일체 만반의 준비를 마쳤는데 안전을 이유로 성찬식을 생략한 것은 지나친 기우가 아니었을까? 심지어 타교단을 바라보면서 “우리도 생략”이라는 논지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타교단이 그렇다고 예장합동이 따라가야할 이유가 무엇인가? 장로교 적통성을 계승하고 있는 합동이 한국교회를 선도해야 할 상황인데, 타교단 운운하면서 성찬식을 생략한 것은 성급한 결정으로 보인다. 신학과 신학의 준거(準據)는 성경 외에 다른 전통이나 환경, 시대적인 흐름 그리고 타교단의 행보가 될 수 없다. 둘째, 성찬신학 실종 성찬식은 개혁신학의 요체를 이루는 본질 중의 하나다. 그것은 성경의 가르침이요 예수님의 부탁이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성찬식은 예수님 오실 때까지 이어가야 할 가르침이요, 교훈이다. 더 나아가 신약 시대의 말씀은 세가지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첫째는 기록된 말씀인 성경이요, 둘째는 들리는 말씀인 설교며, 셋째는 보이는 말씀으로서 성찬이다. 그런데 대부분 성찬식은 연중 행사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이같은 의식은 성찬신학의 실종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초대교회는 예배 때마다 성찬식을 거행하면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했다. 그리스도인들은 성찬을 통해서 예수님께서 십자가 상에서 찢겨 주신 살과 흘려주신 피를 기억하고, 동시에 십자가의 보혈로 인해 영원히 하나님의 백성으로 삼아주신 새언약을 상기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성찬은 십자가 신앙을 회복하고, 삼위일체 하나님과의 영원한 교제를 회복하는 방편이 된다. 나는 십자가와 보혈의 중요성을 가슴 깊이 인식하고 교회를 개척한 후 매월 성찬식을 거행해 왔다. 그러다가 올해부터는 매주 성찬식을 거행하고 있다. 매주 성찬식을 거행하면서 성찬이 보이는 말씀임을 깨닫게 되었다. 성찬은 천상의 잔치요, 구속받은 백성들만이 누리는 특권이다. 성찬을 통해서 매주 십자가의 구속을 깨닫고, 삼위 하나님과의 교제를 가다듬고 있다. 그런 개인적인 입장에서 볼 때 연중 1회 모인 총회의 성찬식을 생략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셋째, 총회의 역사성 부재 장로회 총회는 설립 후 110년을 지나오면서 성찬식을 계속해 왔다. 총회의 성찬식은 1907년 독노회나 1912년 총회가 설립되었을 때 성찬식을 거행한 후(좌측 사진, 제1회 총회 회의록), 총회 100여년 역사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번 총회에서 코로나 안전과 타교단의 행보를 따라가면서 100여년 전통의 성찬식을 생략한 것은 총회의 역사를 단절하는 가벼운 처사로 보인다. 제106회기는 무슨 이유 때문에 60여년의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온 전국목사장로기도회 때 폐회예배를 생략하더니, 이번에는 100여년 전통으로 세워진 성찬식을 이런 저런 이유를 들면서 생략했다. 더욱이 제106회 총회장은 한 회기 동안 내내 설교 때마다 개혁신학 운운했으면서도 개혁신학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목장 기도회 폐회예배를 생략하고, 총회의 성찬식까지 생략한 것은 말과 행동, 구호와 실천이 다른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에 동조하여 총회의 개혁신학 전통을 무너뜨린 총회 임원들의 처사도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총회장을 비롯한 제106회기 임원들이 개혁신학이 지향하는 성경적 전통과 역사성을 무너뜨리는 것을 보면 납득할 수 없다. 넷째, 결론적 제안 총회의 성찬식이 생략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다. 그렇지 않아도 총회장과 총회서기 및 총회 회의록 서기의 불법 13가지에 대한 헌의안이 상정되자, 불경스러운 헌의안(?)을 막지 못한 불똥이 사무총장에게 튀겼다는 말들이 나와 결국 헌의안은 철회되었다. 대신 총회 회무 둘째 날 동일한 헌의안이 총회 당석에서 긴급동의안으로 바뀌어서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장로회 헌법 질서와 총회의 질서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총대들의 열망을 보여주는 사례다. 총회장이나 임원들이 교권의 힘을 이용하여 불법을 서슴치 않을 때 그 평가는 냉혹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역사상 최초로 총회장·서기·회록서기 등의 불법 13가지에 대한 조사처리 상정을 위한 긴급동의안 서명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회무를 마칠 무렵 총회장의 인본주의적 개혁신학(?)과 그에 동조하여 각종 불법에 가담한 서기와 회의록 서기에 대한 조사처리 긴급동의안이 어떻게 처리될지 모를 일이지만 총회 당석에서 총대들의 연서로 긴급동의안이 상정된 것만으로도 당사자들에게는 부끄러운 평가로 남을 것이다. 이번 성찬식 생략 사태를 계기로 제107회 총회장과 임원들은 심기일전하여 총회의 개혁신학을 전통과 110년 총회의 역사성을 제대로 지켜주기를 당부드린다. 송삼용 목사/ 교회법신문 발행인, 고려대학교 법학박사 과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