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불행한 일과 싸우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주신 하나님의 명령이다” 이는 1899년 10월 25일 아브라함 카이퍼가 하원 연설 중에 한 말이다. 이 짦은 어록 안에 카이퍼가 일생 동안 추구해 온 개혁주의 정치관이 엿보여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카이퍼는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대학 시절 당시 유행한 자유주의 신학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1855년 레이덴(Leiden) 대학에 입학하여, 문학과 신학을 배웠다. 당시의 학풍은 성경에 나타나 있는 하나님의 계시보다 인간의 이성을 높였던 합리주의 물결이 성행했다. 카이퍼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 무렵 개혁신학은 하향세였고, 자유신학은 점점 상승세였다. 레이덴 대학 역시 라우벤호프, 퀴에넌, 스콜턴과 같은 자유주의 신학의 대변자들의 활동했다. 그런 영향에 따라 카이퍼는 신학도 시절에 자유주의와 정통주의를 섭렵했다. 심지어 카이퍼는 칼빈과 라스코의 교회관에 관한 논문으로 금메달을 받는 영예와 명성까지 얻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자우주의와 정통주의의 중간에 선 현대 신학자로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1862년에는 자유주의 신학자 스콜턴 박사의 지도로 라이덴 대학의 박사 학위를 취득할 정도였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한 시대를 뒤바꿀만한 은밀한 잠재력을 갖춘 작은 거장을 그냥 두지 않으셨다. 신학 수업을 마친 카이퍼는 1863년 여름, 25살의 나이에 시골 지역의 베이스트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하면서 그의 인생이 바뀌게 되었다. 첫 목회지에서 철저한 개혁신학으로 무장한 소수의 교인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가졌던 것이 그의 신학적 입장을 수정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카이퍼는 소수의 교인들과 가진 대화들 통해서 자신의 반(半)정통주의적이고 반(半)자유적이었던 신학적 견해를 건전한 정통주의로 옮겼다. 더 본질적으로는 신학적인 입장이 개혁주의적인 입장으로 바뀌어졌다. 그 영향으로 인해 막연하게 꿈꾸었던 교회 개혁에 대한 꿈들이 구체화 되었다. 베이스트에 머무는 동안 카이퍼는 더 풍부한 개혁주의 신앙과 신학 지식을 얻기 위해 화란과 외국 신학자들의 책들을 집중해서 접했다. 그것이 개혁자 칼빈과 만나는 계기가 되었으니 장차 세계 3대 칼빈주의자라는 영예는 하나님의 절대 주권에 의한 결실이었던 셈이다. 시골의 작은 교회에서 접한 칼빈주의 신학을 바탕으로 그는 지역교회 목사가 아닌 전국 국가교회의 목사가 되는 길을 차분히 닦게 되었다. 몇 년 후에는 베이스트에서 목회와 연구에 힘을 쏟던 능력을 인정받아 1867년 6월 도시 지역의 위트레히트 교회로부터 청빙을 받았다. 1872년부터는 카이퍼가 주도해 온 헤라우트 협회의 주간지였던 헤라우트지를 슈탄다트지라는 일간지로 재창간하여 본격적으로 언론 활동을 통하여 정치 개혁을 시도했다. 이처럼 카이퍼는 칼빈주의에 입각하여 언론을 통한 정치 개혁을 일생 동안 시도했다. 카이퍼가 주도한 정치 개혁은 소위 개혁주의를 정치에 실현하는 것을 최상의 과제로 삼았다. 합동포럼이 지향하는 사훈은 카이퍼가 평생 동안 일궈낸 개혁주의 정치 실현이다. 지금까지 교단 정치는 개혁주의와 무관한 세속 정치 일색이었다. 정치판의 감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으며, 헌법을 무시하기 일수였다. 비판과 감시의 기능을 맡은 언론 역시 제 기능을 감당하지 못했다. 그 결과 장로교 정치원리가 무너지고 칼빈주의 정치가 실종되는 현상이 비일비재였다. 무릇 정치란 교단내 정치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소위 정치의 결실로 주어진 “자리”에 무관한 평이한 목사와 장로 그리고 성도들은 정치와는 무관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태백산맥의 저자로 유명한 조정래 작가는 “정치에 무관한 것은 자기 인생에 무책임한 일이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제 교단내 모든 목사와 장로 그리고 성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빌리면, 정치는 인간이 자신의 삶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행동이며,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활동이기에 더욱 그렇다. 심지어 플라톤은 ”정치에 무관심한 가장 큰 벌은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를 받는 것이다“고 했으니, 정치에 무관한 것은 자기의 권리를 포기하는 행위며 결국 악한 자들에게 지배를 받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몇 년 전 합동에 그런 뼈저린 과거가 있었다. 교단 내 목사와 장로들이 정치에 무관한 사이 H사단이 교단을 통째로 장악한 일이 벌어졌다. 모두에게 불행이었고, 아픔이었다. 당시에는 H사단과 그 심부름꾼들로 나섰던 5인방이 활개를 치면서 교단 농단을 벌여도 누구 하나 말 한마디 못하며 숨죽이고 지낼 뿐이었다. 그런 황당한 일들에 대해 크포는 150여차례의 글로 교권 인사들을 비판했다. 하지만 그런 저항은 크포 대표에게 <면직·정직·출입 금지> 등의 댓가 뿐이었다. 이는 정치에 무관한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송삼용 목사/ 합동포럼 발행인, 광신대학교 겸임교수 |
